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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너의 열한 번째 날

늠름 2016.07.02 12:48
오늘은 너의 날. 아주 오래 전에, 여름이었고, 자전거가 한 번씩 사라졌었다. 사라졌다 돌아오는 까닭을 알 수 없었고 나는 화가 났고 며칠 뒤면 자전거가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네가 가고, 창고에서 또 사라졌던 자전거를 찾았다. 네가 타는 모습을 보았다던 어른들의 얘기를 들었고 여기저기 흠집이 난 자전거를 만졌다. 너보다 더 큰 자전거를 타고 몇 번을 넘어지고 두근거리기도 했을 너를 생각했다. 누나 자전거 사 달라는 어린 너의 얘기에 어린 나는 웃기만 했었다. 네가 갔다. 까끌거리는 검은 고무 핸들을 만지작거리는 일밖에 할 수 없어서, 내가 너무 미워서, 엉엉 울었다.

자전거 타는 효렬이를 보지 못했는데 그 작은 발로 큰 바퀴를 굴리며 골목을 누비는 효렬이가 눈에 선했다. 오늘은 너의 열한 번째 날. 예쁜 너를 생각하고, 누나 누나 부르던 너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너의 날을 오래 지키지 못해 죄스럽고, 방긋 웃고도 싶고, 오래 매만지고도 싶고. 너를 가장 사랑하는 고모를 생각하고, 어른이 된 너의 예쁜 동생을 생각하고, 네가, 아주 많이, 보고싶다.

2016.7.2.
음력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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