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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가 기억나 찾아 옮겨 적었다. 시를 읽은 밤, 일을 조금 일찍 마쳤고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밥을 먹고 웃고 노래하고 밤길을 오래 함께 걸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방청소를 하고 창을 활짝 열고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를 한참 들었다.

탓, 낱말에 온기가 돌았다. 밤의 소리와 풀냄새와 이런 저런 풍경과 사람과 마음 같은 것들을 어느 탓으로 여겨보았다. 문득, 이따금, 나는 나의 몫으로 살고 있을까, 내 자리가 어딜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는 무얼까, 생각이 툭툭 떨어졌다. 생각을 줍고 싶은데 잘근잘근 밟기만 하는 것 같았다. 허공을 둥 헤맬 때, 어느 옛 흔적에 발이 묶일 때, 그의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힘이 나지 않을 때,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릴 때, 해가 질 때, 낯선 풍경에 있을 때, 생각은 그냥이기도 했고 늘이기도 했다. 습자지 같은 마음을 마주하면 툭툭, 나를 떨구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인은 너무나 좋고 사랑하고 얼마나 고마운 탓을 말한다. 그 마음을 가져오고 싶었다. 오늘의 웃음도 오늘의 표정도 오늘의 풍경도 모두 나를 살게 하는 고마운 탓으로 여기며 선선한 여름밤 정도의 느슨한 마음으로 차곡차곡 포갰다.

포개진 이 시간들로,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갈까. 무엇이 될까.

20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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