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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손

꽃토로

늠름 2016.09.22 02:30

2016년 3월, 첫째 꽃토로
이사 덕에 묵혀둔 자투리천들을 찾았다. 작은 친구 하나 두어보려고 장난질했다. 귀를 망쳐 뜯어냈더니 두더지가 생겼다. 꽃토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쩐지 미안해졌다. 

건치를 달고, 귀를 다시 달았더니 도깨비 같아져버렸다. 이게 아닌데.

둘째 꽃토로는 귀를 몸과 한번에 잇고 꼬리를 달았다. 꽃을 입어도 어쩐지 듬직한. 

2016년 4월, 셋째부터 일곱째 토토로.
4월은 일 년만에 멩글엉폴장에 놀러갔다. 장난삼아 저 요새 밤에 잠이 안 와 인형 만드는데 들고 갈까봐요, 했고 폴러가 되었다. 독수공방이란 이름 달고 길에 앉았다. 엄마 가방에 다니까 예쁘지 하며 꼬마에게 자랑하는 어머니, 하나를 샀다가 다시 돌아와 나머지가 떨어져 있으면 외롭다며 남은 친구들을 데려간 아주머니. 처음 보는 사람들, 다시 만나 반가운 사람들과 방긋방긋 웃으며 보낸 하루 덕분에 며칠이 따뜻했다.


2016년 9월, 가을의 꽃토로
오랜만에 밤바느질을 했다. 봄에 쓰고 남은 자투리천이 한 계절을 넘고 여덟째 꽃토로가 되었다. 너는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어떻게 쓰이고 무엇이 되려나, 만들고 생각하고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아홉째는 청토로.

옛 제자 윤희는, 선생님 손을 떠나 누군가의 등에 허리에 핸드폰에 매달려 우리가 채 보지 못한 또 다른 많은 걸 볼 거라고, 예쁘고 어른스런 말을 건넸다. 생각이 쏟아져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을 재우려 시작한 밤의 작은 놀이가 어느 사람들 손에 닿는다. 작은 인형과 돌아오는 마음이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외롭고 또 외롭지 않은 밤들이 총총히 지난다.


201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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