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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관찰

늠름 2016.10.02 17:25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며 고양이 밥을 두 그릇 챙기고 나왔는데 낮에 사무실에 들른 국장님이 밥이 다 떨어져서 사다 주었다 했다. 갈수록 먹성이 좋다. 한동안은 서서 밥을 먹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세우며 긴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살이 오른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프린터가 돌아가든 새소리로 장난을 치든 돌아보지도 않고 오래 앉아 오도독거린다. 창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무실 풍경을 가만히 보기도 한다. 잠시나마 길고양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마음을 놓는 자리가 되어 고맙다.

요즘 가장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친구들이다. 밤에는 고양이 자수를 놓고, 얼마 전 '고양이 춤' 영화를 찾아 봤다. 영화를 만든 시인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듣고 싶어 '나쁜 고양이는 없다', '흐리고 가끔 고양이' 책 두 권을 구했다. 예쁘다 하며 내것으로 삼지 않는다. 길 위의 고양이들을 길 위 그들의 삶 그대로, 그러다 이따금 인사하는 이웃처럼, 따뜻한 거리를 유지하는 시선이 좋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친구들의 생태계를 나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길, 조금은 덜 서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랐다.

20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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