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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고/지난, 2005~2015

2012년, 2013년

늠름 2016.11.24 20:35

지난날을 돌아보는 일. 



2012년, 2013년



2012.1.26.

해가 넘어왔는데, 머리는 작년 저만치 어디쯤에 놓고 온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과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런 한심이, 모지리, 자책하는 것도 지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나는 왜. 왜 이러고 있을까.

'눈을 가리는, 마음을 가리는 세상이지만'.

마음이 가려졌다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겐 그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한 시간의 감정들이 앙금으로 남고, 그 마음을 어쩌면 평생 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무서웠고, 그리고 슬퍼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지 모른다는 건 거짓말. 그리고 풀지 못하는 내가 참 밉다.

 

2012.2.5.

배낭 하나. 그 안에 무지공책 한 권. 필름은 서너 통 정도 넣고, 토이카메라 총출동시키기 - 엑시무스, 4렌즈, 피쉬아이까지. 손수건도 한 장 넣고, 베이비로션은 필수! 파우치에는 선크림도 꼭 넣고, 볼펜은 여유 있게 두 개 챙기기. 아토피연고와 소화제도 챙기고. , . 그래, 버스 안에서 읽을 얇고 가벼운 책 한 권도 넣어야지. 아니다. 씨디를 챙길까. 지갑과 열쇠는 절대 까먹지 말고! 가는 길에 물 한 병과 심심한 입 달랠 초콜릿도 하나 살까.

이러고 하루라도 좋으니까 어디 살랑살랑 쏘다녔음 싶다. 매일 생각만. 지금까지 해왔던 걸 보면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님에도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치르듯이 큰맘을 먹고 나서야. 그제서야. 이달 말까지는 꼼짝없이 죽었다 싶다. 다가올 삼월도 사실 걱정이 태산이다. 캠프만 끝나면 어디든 좀 다녀와야지. 얼마 전 출장길에 곡성 기차마을을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마음 속 첫 번째 목록.

사무실 책장을 훑는데 작년에 받은 우수문학도서에서 박상률이 쓴 청소년문학에 관한 책, 장석주의 '이상과 모던뽀이들'을 발견했다. 마음이 바빠서 인수증 쓰고 꽂아넣기 바빴는데 좋은 책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샀던 책들도 몇 권 있었고, 언젠간 읽어야지 싶던 소설들도 꽤 있었고. 장석주의 책을 보고 실은 조금 두근거렸다. 현대문학도 재미있지만 고전과 근대문학은 두근거리는 재미가 있었다. 수능 공부할 때 단답형으로 머리에 박아넣던 많은 작가들을, 대학 때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온전한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을 훑으며 웃고 마음이 아리고 위로받던 그 시간들이 좋았다. 스물 하나, . 위태위태하던 그 무렵이 생각나 왠지 마음이 아릿해졌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리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안팎으로 버겁던 지난 해를 넘기면서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누고 싶은 마음도, 꺼내선 안 될 감정도 걱정과 의무 아래 눌러둔 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해결하지 못한 혹은 않은 감정과 시간은 언젠간 다시 마주하게 될테고 나는 그 언젠가 다시 울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2012.3.27.

두서 없이.

모든 것을 품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설단음처럼 더듬거리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서. 나는 정말 너를 걱정하고 있는 건지. 아님 무력한 내가 싫은 건지.

현명했으면. 옹졸하지 말고, 비겁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이런 저런 틈새 사이에 나를 그냥 내버려둔 기분이 자꾸만 들어서. 나는 어디 있지.

 

2013911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본 적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 베드로시안 기운내. 등비빌 언덕이 여기 있잖아.

 

2013103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국어공부한 건 어디 도망도 안 가나보다. 가끔 옛시조가 머리에서 툭툭. . 나이는 허투루 먹었나보다.

 

20131022

가는, 조촘조촘 가다 가만히 한자리서 멈추는 물고기처럼 가라앉은 물돌 곁에서, 썩은 나뭇잎 밑에서 조으는 물고기처럼 추운 저녁만 있으나 야위고 맑은 얼굴로 마음아, 너 갈 데라도 있니? 살얼음 아래 같은 데 흰 매화 핀 살얼음 아래 같은 데 - 문태준. 살얼음 아래 같은 데 1 .. 그냥. 지금 여기. 허물어질 것. 마음에 너그러워질 것.

 

20131027

별이 진다네. 좋다. 입이 다 헐었다. 그래도 토요일밤이라 좋다. 빨래 기다리는 시간까지 좋다. 좋다. 이 생각만 했음 좋겠다.

 

2013111

날짜를 착각해서 넋놓고 있다가 마감 3분 전에 신청서 발송 완료. 미쳤지. 노트북이 자꾸 멈춰서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우리의 필요성이, 당신에게도 잘 전달되었으면. 넋은 그만 놓고. 이래저래 다이나믹한 밤. 밤이 길다. 할것도 많다. 생각도 많다.

 

2013112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 이상, 꽃나무. 이 사람이 떠난 나이가 내 나이. 난 아직도 나이를 허투루 먹었나 싶은데 이 시절, 그들은 참 어른 같다. 열심으로 꽃을 피웠다 생각했는데 꽃이 시들시들해졌다. 열심히 생각했는지, 열심히 꽃을 피웠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이 속에 꽃은 있었는지. 마음이 달그락 달그락, 요란스러워졌다.

 

2013119

눈맞추고 두런두런 소소한 이야기하는 시간도 꽤 오랜만. 어제 먹은 밥도 오늘 먹었구나 하고 걸렀으니 말 다했지. 필요한 걸 챙기려고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미안하고, 속상하고그럼에도 마음 주는 너희가 참 고맙다. 하루 하루가 롤러코스터. 이렇게 휘청대고 간사해서야 어디 쓰겠나. 머지않은 내년. 꼬장꼬장해져도 모자랄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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