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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을 돌아보는 일. 



2014년, 2015년 조금.



201414

어긋난 마음에 체증처럼 답답했던 1. 폭탄처럼 일이 쏟아진 2. 출장비 제대로 치르고 문따고 집들어간 3. 연초부터 액땜도 했고, 감기도 한바탕 잘 넘겼다. 모난 마음 먹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담담하게, 씩씩하게 잘 살아내면서, 새날들도 채워나갈 것. 잘 될 거다.

 

2014119

열심히 출력했더니 같은 쪽수만 무한반복. 자동도장 신나게 사놓고 자꾸 인주 찍고 앉아있다. 체력도 달리고 뇌기능도 달리고. 커피 먹고 정신 촐려야지..

 

2014121

긴 하루. 길지 않은 밤. 지혜로운 사람인 척, 영리하기만 한 사람은 되지 말 것.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것. 진솔해질 것.

 

2014131

삼순이 덕에 알게 된 옥수사진관. 앨범은 하나로 끝이려나. 오래 들은 노래는 잊고 지내도 다시 들으면 즐겨듣던 그날, 날씨, 기분, 시간들이 오늘같다. 타박타박 걷던 도서관 밤길. 콩콩 머리찧으며 졸던 심야버스. 사대 자판기 커피. 고민많았던 스물하나, 스물둘. 촌에 가기 전날 밤. 내집이 있을 때, 없을 때. 다 그대로 있는데도, 매번 마음이 아린다. 자글자글 생각이 구른다.

 

201422

보통의 연애 다시 보기. 좋은 단막극 대본들이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쓰다듬고 곱씹고 많이 예뻐해줄 텐데. "대체 형 몫까지 잘 사는 건 뭘까, 다들 그러라는데." "대체 꿋꿋하게 잘 사는 건 뭘까요, 다들 그러라는데." 드라마에선, 다 지나간 일이고 지나갈 일이니, 그러니까 도망갈 필요 없댔는데. . 전주에 가고 싶어졌다.

 

201429

대학생 때 쓰던 노트북이 이젠 오락가락한다. 전원이라도 켜질 때 백업해야지 싶어 사진 보다 보니 이 시간. 별 거 아닌 기록에 괜히 마음이 몽실몽실하다. 마음 구겨넣고 걸어다녔던 곳들이 생각나 괜히 마음이 아린다. 봄을 타려나 보다.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하고, 진득하게. 흔들리지 말아야지. 좀 걷게, 내일은 날이 맑게 개었으면 좋겠다.

 

2014211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 많은 것을 바라기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이 아니겠소. 중요하고 필요한 것을 꼭 하나만 희망하고 노력하여서 지키도록 합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마음을 한 군데로 집중하고 골몰하는 일이오. 당신의 모든 좋은 점이 나의 모든 것에 깊이 스며들어 내가 얼마나 생생하게 사는 보람을 강하게 느꼈는지 모르오. 뿌리 없이 사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느끼는 내가 조금은 한심스러웠다. 허공에 사는 것 같았던 이 사람. 마른 나무 같아도 묵직한 뿌리가 있었다. 나도 묵직해졌으면 싶었다.

 

2014214

좋은 우연이었다. 성과공유회에선 재단PT 표지에 우리 아이들 사진이 보여서 별것도 아닌데 반갑고 좋았다. 호랑이 순서를 뽑아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그 떡과, 읽어야지 메모했던 책을 선물받았다. (발표순서, 랜덤 선물. 센스 있다. 배워야지.) 날짜가 맞아 무턱대고 신청한 위즈돔. 콘크리트와 마이리얼트립 창업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실은 회사 소개한다고 보여준 동영상이 전주 여행이라 반가워서 열심히 메모했다. 갖고 온 책을 읽는데 위즈돔에서 들은 솔루션스 앨범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 우연에 오늘 이야기,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비슷하면서도 신선했던 다른 기관의 사업들. 우수기관 선생님들의 연륜. 끄덕이게 되는 마음들. 그리고 공유경제에 대한 호기심. '의도치 않았으나 내가 쌓은 경험들이 모두 자원이 되었다'는 창업 이야기. 고민이 생긴다. 이건 생산적일 테다. 차곡차곡 쟁여두고 곱씹어야겠다.

 

201435

요새 내내 꿈에서 사건 사고가 터진다. 버둥대다가 침대 밖으로 머리가 떨어지길 몇 번. 종일 머리가 아프다. 게으름 조금 부렸다고 벌인가. . 걱정은 그만, 꽃피는 삼월이다. 좀 싱싱해지자.

 

201439

드라마가 좋아서 알게 된 보드카레인. 노래가 좋아서 사 모았던 만화책. 결론은 다 좋다. 느슨해져서 좋은 토요일 밤이다.

 

2014319

어릴 때 그런 만화를 본 적 있다. 무슨 축복을 그리 받았는지, 꿈속에서 시험보고 다음날 진짜 시험에서 100점 받은 이야기. 완전 부러웠다. 지난밤 꿈에서 프로포절 쓰면서 낑낑대고 혼나고 그랬다. 꿈에서 쓴 거 생각이라도 나면 좋겠다만. 현실은 허무하다. 걱정이 꿈이 되니, 꿈도 일이고 일도 일이고. 커피믹스더블샷 마시고 불타오르겠다.

 

2014321

어제 오늘 낑낑대며 급한 일 끝내니 이제야 마음이 좀 시원하다. 내일 일도 걱정도 있지만. 일단 내려놓는 걸로. 이럴 때 롤러코스터는 활명수 같다. 이분들, 앨범까지 또 내주면 진짜진짜 행복할 텐데.

 

2014330

나는 아무래도 마이너 감성에 가까운가 보다. 휴대폰엔 '벚꽃엔딩'도 있고 벛꽃이 내린다'도 있는데 요새 주구장창 듣는 건 벛꽃이 내린다'이다. 노래만 듣다가, 버스 안에서나 힐끔힐끔 보다가, 이러다 올봄도 벚꽃 다 지겠다. 소란은 장난끼 가득한 개구쟁이 같기도 하고. 감성 충만 문학소년 같기도 하고. 여러 색을 갖고 있다는 건 여러 감정을 노래하는 가수로서 참 좋은 점일 테다. 사람도 그렇겠지. 내안에도 많은 색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444

별똥별 PT면접으로 서울 출장. 종일 긴장했던 마음이 느슨해지니 오지랖이 넘쳐서 서울사람에게 지하철 설명하고 있었다. 마음에 틈이 생기니 넉살도 생긴다. 좀 허투루 살기도 하고 그래야지. PT하도 떨어서 내가 염소가 된 줄 알았다. 얘들아 미안……

 

2014513

어디 마음 편한 곳 여기저기 내 의자 놓아두고, 타박타박 걷다가 쉬어가기도 하면 참 좋겠다. 정리할 것들 쌓아두고 마음만 산만하다. 그만 헤매야지.

 

2014518

시간 뒤꽁무니만 쫓고 있는 것 같아 좀더 천천히 가면 나을까 싶기도 하고, 어서 어서 나이가 들어서 마음이 좀 땅에 붙었으면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곱씹다가 결론은 멍해졌다. 오늘은 어디든 좀 걸어야지.

 

2014518

사진 찍고 책 보고 걷고걷고걷고. 저녁바다 보고 집에 가기 아쉬워서 헤매고 있다. 여기처럼 집에 나무책상도 놓고, 나무도 심고. 예쁜 자전거도 사고. 집에선 잠만 자서 종일 쏘다녔으면서 퍽이나. 싶지만. 꿈이라도 커야지.

 

2014521

밤 퇴근을 하니 머리 식힐 겸 걸을 만한 곳이 없는 게 문제다. 겁은 많아서 도로 따라 한 바퀴 도는 산책 아닌 산책. 바닷가 근처에 집을 구할 걸 그랬나 싶다. 최선인 줄 알았던 일이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일들이 참 많았다. 최선이 아니었는데 혼자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201461

"나의 성품 중 가장 기특하고 고마운 건, 욕먹고 미움 받은 건 쉬이 잊어버리고 사랑 받은 건 오래 기억하는 게 아닐까. 그런 능력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 박완서 산문집,세상에 예쁜 것좋은 작가들의 산문집이 좋다. 소설도 시도 좋지만, 결국은 사람이 좋고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때문인가 보다. 내 안에도 기특하고 고마운 성품들이, 그래서 들여다보고 아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463

"고백하자면 지독한 근시라 아득한 훗날에 대한 이야기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의 목표는 늘 조촐했다. 그저 '지금 내 손안에, 내 눈앞에 아장대는 영화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햇볕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중얼댈 뿐. 그런 어린왕자의 장미꽃 고깔 씌우기 같은 목표들은 사람들은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카피라이터 윤수정의 카피 노트, 한 줄로 사랑했다, . 담백한 표지도 글쓴이와 닮았다. 책이 예뻐서, 오래 갖고 다니면서 묻은 손때가 왠지 미안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한 줄 카피에 담는 확신이 서려면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야 하나 궁금했다. 자기 확신. 자신감. 이런 것들에 내가 목말랐나 보다. 자기 일을,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알겠다. 그래서 자기 일을 여전히 고민하고 매만지고 또 매만지는 사람이란 걸 알겠다. 진정성에서 한 줄의 힘이 나왔다. 모처럼 쉬는 날. 영화가 무척 보고 싶어졌다. 좋은 마음이 읽힌 덕이다.

 

201464

오뉴월 감기가 뭐라고 닭처럼 졸기만 하다가, 정신차리고 동네 마실길 나왔다. 투표도 하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 한량처럼 게으름도 좀 부리고. 갑동이를 보는데 사이코패스와 영웅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위대한 영웅이 되려다 보니 사람들의 목숨을, 감정을 외면하는 게 다를 바 없다고. 그래서 넌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라고. 오늘이 지나고 힘이 생길 당신들이, 영웅이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4617

our last summer 이 노래, 무척 좋아했는데. 맘마미아 영화도 참 좋아서 영화관에 세 번이나 갔었다. 일상을,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은 늘 좋다. 영화로 노래로 충전 꾹 하고,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집에 가곤 했었다. 어질어질한 날들이 많아졌다. 구멍의 갯수만 자꾸 헤아리는 때가 잦아진다. 유쾌한 힘이, 필요해졌다.

 

2014617

좋은 문장을 베껴두었다가, 가끔씩 들춰보며 생각도 키우고 기운도 얻는다. 문장이 어울리는, 좋은 파장을 지닌 여행자를 만났다. 가장 큰 기운은 사람인 것 같다. 일상이 여행이 되고, 여행 같은 삶을 살고.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늘 달그락거렸는데, 달리 생각하면 어디서든 내 고향이 될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2014622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이 말이 참 좋다. 뮤지코필리아라는 책에서,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반복적인 노랫말 또는 가락을 뇌벌레라고 표현했던 게 생각난다. 별다른 맥락 없이 종일 노래가 맴돌았다. 춤을 출 수 있다니. 이런 노랫말이라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어지럽혀도 감당할 수 있겠다. 빙하기가 온다 해도. , 춤을 출 수 있을까.

 

2014622

타박타박 걷기 좋은 일요일. 아끼는 카페에도 오랜만에 다녀오고. 새 수첩에 할일도 끄적끄적 정리하고. 나는 목록을 쓰는 그 시간만 좋았나 보다. 돌아와 끄적인 글자들을 손에 쥐려니 갑자기 졸리다. 나른한 일요일. 마음이 간질간질한 일요일.

 

2014627

아침에 꽃신을 신으려는데 꽃이 똑 떨어졌다. 몇 년 전에 사서 제대로 신지도 못하고 아끼다가 똥 됐다. 이제서야 삭아서 꾸덕꾸덕해진 가죽도 보이고, 빠진 밑창도 보이고. 요거 하나 제대로 살필 여유 없이 엉망인 채 신고 다녔나. 괜히 생각이 몽실몽실 피어나서 마음이 좀 그랬다. 크리에이티브모닝스에 다녀왔다. 이제 겨우 두 번째지만, 매달 기다리는 작은 이벤트가 생겼다. 생각만 키우지 말고 여유가 몽실몽실 피어나게, 소소한 이벤트를 스스로 찾아야겠다. 000간의 이야기. 고민하고, 관찰하고, '발견'한다는 말이 좋았다. 틈새를 보는 시선이 좋다. 사람과 사물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마음이 든든했다. 닮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서울에 가면 창신동에 꼭 다녀와야겠다. 틈을 만들어야겠다. 내 안에도, 내 밖에도.

 

2014630

혼이 쏙 빠진 월요일. 내공이 가득가득 쌓여서 에네르기 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데굴데굴 구르다가 가루가 되는 기분이다. 날아가지만 말아라.

 

201472

'맘이 식었을 때 너의 낭만이 될게' 이 말이 참 좋다. 커피소년의 따끈따끈한 노래는 계절과 무관하게 언제나 좋다. 힘이 된다. 오르락 내리락 해도, 좋은 사람들과 웃기도 하고 이렇게 충전도 하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 아직 괜찮은 거다. 이만하면 된 거다.

 

201473

철야하고 출장 다녀오고. 밥먹다 말고 구겨져서 잠들었다. 몸이 고되니 단잠이라 좋은데 쫓기고 난리나고 스펙타클한 꿈을 꿨다. 깨어나니 마음도 복작복작하다. 꿈이라도 좀 평화로우면 안 되나. 버스를 타면 그렇게 잠이 잘 왔다. 멀미라고도 하던데. 비행기에서 자는 잠도 단잠이다. 한동안 불면으로 애먹을 때 버스 타고 한 바퀴 돌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잠이 더 달아나긴 했지만. 잊을 만하면 쿠팡에서 기절베개 메일이 온다. 보지도 않고 지웠었는데 요건 한 번씩 열어보게 된다. 작명이 기막히다. 가끔 좀 흔들린다. 잠을 위해 몸을 고되게 하거나 버스를 타거나 기절베개를 사거나. 이러다 진짜 사겠다.

 

2014722

멩글엉폴장에서 엽서를 샀다. 책상에 놓아두니 모니터가 나무 같다. 내 이름에 드리를 붙이면 큰 나무가 되니, 나무 그림도 나무 사진도 참 좋다. 아프리카 전설에, 옛날옛날 신이 처음 나무를 만들었을 때는 모두가 마음대로 걸어다녔다. 신이 멈춰라 하면 멈춰야 했는데 바오밥나무는 말을 안 들어서 마구마구 걸어다녔다. 화가 난 신은 바오밥나무를 메다꽂아버렸다. 그래서 바오밥나무는 뿌리를 하늘로 뻗고 자라게 되었다. 오랜만에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아낌없이 보아도 좋은 사진이다. 마음이 바오밥나무 같을 때 두고두고 보면서. 단단해져라. 단단해져라. 뿌리도 좀 내리고. 단단해져라.

 

2014723

아토피는 산재가 안 되나. 꼴이 말이 아니어서 엉뚱한 생각을 잠깐 했다. 괜히 혼자 속에서 다투면서 힘을 뺀다. 못나게 구니 몸에 난리가 났다. 이래저래 여름이 조금 버겁다. 어르고 달래는 일을 잘하니 아토피랑 친구먹고 달래면 좀 나으려나. 산만이까지 친구가 돼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이상한 친구들만 덕지덕지 붙었다.

 

2014726

낮엔 여우비가 찔끔찔끔 오더니 이젠 실비가 내린다. 도로변에 집이 있으니 비 오는 날 차 스치는 소리가 좋다. 빗소리 들으면 잠이 잘 온다던데. 난 생각만 산만해진다. 아니다. 원래 산만했다. 하고 싶은 게 또렷할 듯 떠오르다가, 아리송해지기도 했다가. 꼭 오늘 날씨 같다. 해가 나면 괜찮아서 일상을 잘 채우다가 자기 전이면 지난 생각을 자꾸 곱씹는다. 밤만 되면 생각이 많아지나 했는데 요샌 화장실 청소할 때 가장 산만해진다. 어디든, 너무 막히고 어두운 곳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꾀부리지 않고 보낸 하루들이 쌓여서 손에 잡힐 테다. 안 잡히면 뭐 어떠나. 흔들흔들하면 또 그대로, 춤추듯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나를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14727

호우시절. 영화관 가득 쏟아지던 빗소리가 좋았다. 먹먹해지는 마음마저도 좋았다. 메이의 짧은 머리도 좋아서 그렇게 자르기도 했었다. 내 머린 형아가 되어버렸지만. 마음이 허정허정할 때 가끔 생각이 난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은 것들이 있으니 괜찮다.

 

201485

표면장력이 최대치인 것 같아 핑계도 생긴 겸 대책없이 나왔다. 마음은 불안해서 할일도 바리바리 쌌는데 짐이 됐다. 가방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탁자에 펼쳐두고 창가자리, 한량처럼 앉았다. 낯선 거리에서 낯선 버스 번호 세고, 낯선 사람들 내려다보며 마음도 느슨해졌다. 옷도 늘 느슨한 나는 양복군단들 사이에 있는 것만 해도 낯설다. 내옆자리 양복아저씨는 바삐 업무 처리 중이고, 내뒤 양복아저씨는 성우같은 목소리로 젊은 친구들에게 조곤조곤 조언을 해준다. 창밖 양복아저씨들은 스크류바랑 메로나 입에 물고 지나간다. 일은 펼쳐두고, 나도 목소리 좋은 어른 어디 없나 이런 생각이나 하며 그 사이 경계선처럼 앉았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사는 사람들의 풍경에서 나도 한 점일 테다. 내 점의 크기는 얼마나 하나, 점이 있긴 하나, 선명하나 흐릿하나 십대 무렵 하던 생각은 십 년이 지나서도 늘어진다. 앞으로도 계속 물고 늘어질 생각이겠구나 인정하기로 한다. 짐도 마음도 툭 내려놓고 길로 나왔다. 어디로 갈까.

 

201489

오래된 노래에 가끔 빠질 때가 있다. 요새는 여행스케치다. 그러니 늙은이 소릴 듣지 싶으면서도. 좋은 건 좋다. 이어폰 볼륨 높이고 '별이 진다네'를 들으면 어디서든 여름밤이다. 라디오에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녹음실에 벌레 들어왔다고 그렇게 전화가 빗발쳤다던데. 정말 그렇다. 풀벌레가 귓속 가득 들어와 운다. 여름밤 가장 듣기 좋은 노래처럼, 그 시절에 그 자리에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어울리는 것들을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생각했다. 생각만 생각만 하다가 계절의 꽁무니에 붙었다. 일기처럼 생각을 포개두다보면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겠지, 그런 생각도 했다. 돌아서 여름의 한복판에 서 있자고 또 생각했다. 풀벌레처럼 온힘으로 울거나, 늘어져 노래를 부르거나, 넋놓고 바라보거나. 무엇이든.

 

2014814

짐이 되었다. 미안한 마음으로도 무게를 덜 수 없을 것 같았다. 충분하지 못한 마음이 더 짐이 되어선 안 됐다.

 

2014819

멀리서 통학을 했던 버릇이 있어 그런지 버스 안이 익숙했다. 하염없이 창밖만 바라도 좋았고, 생각이 꼬리를 물어도 괜찮았다. 그러다 차창에 콩콩 머리 찧으며 졸기도 했다. 때론 복작복작한 시간도 마음도 그안에서는 멈췄다. 버스도 기차도 어디라도 좋으니, 밤새 하염없이 앉아 있으면 좋을, 그런 밤.

 

2014831

아저씨와 꼬마의 뒷모습이 오래 남았던, 기쿠지로의 여름. 찾으려 했던 것보다 길위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던 여름날 이야기가 참 좋았다. 기억으로만 두어도 좋았을 때를 헤집었던 일이 지금도 생각하면 조금 시리다. 어쩌면 결핍이 있어 좋은 때도 많다고 돌아볼 힘이 생겼다. 발랄한 이 영화가 그래서 더 좋았다.

 

2014910

한참 걷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자정 넘은 밤길은 조금 무서웠다. 비긴어게인을 다시 보고 왔다. 원스에서도, 비긴어게인에서도 이어폰 꽂고 밤길 걷는 장면을 아낀다. 영화관에서 집까지 걷는 길은 너무 짧았다. 아무래도 못 걸어서 아쉽다. 미안하단 말을 달고 살았다. 그 말 대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 더 좋을 거라고 다독이던 친구가 생각났다. 나는 그 말에 또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바보같이 굴었다. 한참 많은 시간이 갔다. 여전히 미안한 일이 더 많았고, 많다. 지난 시간에 자꾸 멈췄다. 돌아보면 다 예쁜 날일 텐데 싶다가, 모난 곳이 자꾸 걸렸다. 음악이 닿으면 모든 순간이 다 진주가 된다는 말. 말을 품기에는 아직은 미안하고 모난 곳이 많았다. 다 닳아지게, 오래 오래 걷고 싶었다.

 

2014912일 금요일

이 노랜 오지은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린다. 가을 같은 목소리가 좋다. 한창 음원파일을 모을 때 계절별로 폴더를 만들어서 그날그날 기분 따라 듣기도 했었는데. 노래 끄기가 아쉬워 일부러 먼 길 돌아가기도 했었는데. 그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무적인 일은 하지 말아야지, 사무적인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만 생각만 하는 사이에, 규격에 갇힌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쿵, 했다.

 

2014918

바스락거리는 가을. 바삭바삭한 모래 벼랑에 군밤을 심어서 그 밤에서 싹이 돋아야 덕있는 임을 여의겠다는, 고려가요를 좋아했다. 고려, 더 옛날옛적 사람들의 생각이 재미나서 입에 붙었다. 제 버릇을 못 버리고, 바삭바삭한 말을 생각하면 삭삭기 셰몰애 별헤 이런 말들이 맴돌았다. 군밤에서 싹이 나고, 옥으로 새긴 연꽃에 꽃이 피고, 무쇠 소가 쇠풀을 뜯고. 그러기 전까진 마음이 변치 않는다는 믿음은 어떻게 지켜졌을까. 추풍낙엽 같은 마음이 부끄러운 날, 단단한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들었다. 그 마음을 닮고 싶었다.

 

2014.10.5. 새벽.

자야 하는데. 눈이 곰실곰실할 때 자야 했는데 고비가 넘어갔다. 몸은 고단한데 눈도 생각도 말똥말똥. 이리저리 풀어두면 잠이 올까싶어 끄적이기로 했다.

일기장에서, 미니홈피에서, 블로그에서, 트위터 잠깐 건드리다가, 카카오스토리 하다가, 페이스북 하다가, 다시 블로그다. 이리 저리 잘도 돌아다니고 블로그만 해도 계정을 여러 개 만들기만 했다가 버려뒀다. 한동안 정신도 버려두고 살다가 좀 챙겨보기로 했다. 복작복작한 생각들 풀어나 두자고, 소소한 취미생활 정리나 하자고 시작한 게 놀이가 되고. 그리고 위안이 된다. 딥답할 때 글을 쓰면 마음이 조금은 나았다. 희로애락의 다양한 점들을 찍고 풀어낼 줄 알아야 하는데, 지난날 일기들을 뒤적이면 어둡다. 어두워서 꽤 부끄러웠다. 북적이는 생각을 늘어놓는 일이, 사회관계망으로 이어져 있는 이들에게 보이는 게 좋을지 염려스러워 또 부끄러웠다. 나는 말이 적으니, 흔적들로 얘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봐주길 바랐을 수도 있겠다. 어쩜 그래서 멀어졌을 수도 있겠다.

고민이 해를 물고 물어 이어진다. 다음 해로도 넘어갈 고민이다. 사람을 만나고 응원하고 만나는 이들의 앞날을 돕고 속한 곳의 앞날을 안정시커야 하는 일을 하면서, 고민 덩어리를 품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부끄럽고 미안한 밤이다.

 

20141010

루시드폴을 참 좋아했다. 공연 갔다가 홀딱 반해서 맥주 한 잔 하고 팬레터 썼던 기억도 났다. 아침에 읽으니 엉망진창이라 부치지는 못했었다. 몇 번 더 썼다가 다 버렸다. 뒤늦게 소녀스러웠던 스물하나 둘, 그 무렵이었다. 한글날, 시인들이 뽑은 좋은 노랫말에 '물이 되는 꿈'도 있었다. 그덕에 오랜만에 2집을 이틀 내내 듣고 또 들었다. 가을가을한 노래들이 다 좋고, 할머니 나오는 이 노래는 가장 좋다. 그리운 밤이다.

 

2014.10.13. 울음

잠 못드는 밤이 자주 온다. 새벽까지 말똥말똥하다가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닭이 운다. 늘 정확하다. 찻길 옆에 있는 동네. 닭이 살 곳이 아닌데 어디서 우는지 이상하고, 또 궁금했다. 보통 새들은 지저귀는데, 닭은 울부짖는다. 절규한다. 처절하다. 새벽 네 시, 닭울음 들으며 이런 단어들이나 생각했다. 닭은 왜 저러고 있나. 나는 왜 잠 못 자고 이러고 있나.

며칠째 이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 오전에 집에 있으니 닭이 열 시에도, 열한 시에도 운다. 자꾸 들으니 진짜 닭이 맞나, 알람 같기도 하고, 왠지 낚인 기분이다. 진실은 닭에게.

닭울음보다, 내가 울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말할 곳이 없어 여기에 말을 내려놓았다.

 

20141018

밤바다 보며 청승 떠는 동안, 두 명의 청년은 두 분의 정다운 사진을 부탁하고, 앞뒤로 중년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 명당 내어주고 자리 옮겼다. 쇄골은 가렵고 술기운 오르나 보다. 아깝다. 얼마만의 밤나들이인데. .

비행기 보는 일이 그렇게나 좋았다. 쟤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고 있을 텐데, 그 꽁무니를 하염없이 보는 일은 평화로워 좋았다. 긴 하루 보내고 밤바다 보는 시간. 캔맥. 노래. 비행기. 하루를 잘 맺는 중이다. 좋다.

 

2014.10.22. 아름아.

근무시간이 지나고서도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나왔다. 앉아 있기만 했다. 요새 내내 이랬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하는데,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들이었다.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하는 일들을 앞에 두고 한숨만 폭폭 쌓아두고 나왔다. 한숨에 앞이 가렸다.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다른 일들보다도 옹졸해지는 내가 무척 미워서, 그 마음을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나는 너무 말을 아꼈고, 혼자 끌어 안았다. 내 탓이었고, 그래서 더 어쩔 줄을 몰랐다. 잘 산다는 건 어떤 걸까. 나는 언제까지 헤매고 있을까.

표면장력이 터질 것 같은 날.

름아.

아름아.

불러주는 다정한 말들이 그리웠다. 그 말들을 들으면 다 터지고 허물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옹졸한 마음이 차라리 다 허물어지도록,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0141030

목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낯설게 마주하다가도 말을 하면 언제 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이름이 따라다니나 보다. 오늘도 전화 걸며 몇 마디를 아꼈다. 무엇으로든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목이 심각하게 쉰 적이 있었다. 국어를 가르치는데 말만 해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재밌지도 않은 내가 말만 해도 아이들이 웃으니 그저 좋았다. 신나서 말 많이 하고 그덕에 한 달을 쇳소리로 지냈다. 즐거운 질감을 가진 목소리가 좋다. 믿음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좋다. 힘이 있는 목소리도 좋다. 자꾸 만지작거리고 싶은 질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닮고 싶다. 감정을 잘 담아내는 목소리이고 싶다가, 아무래도 두어 뼘 정도는 달뜬 목소리이면 좋겠다 생각을 한다. 목이 조금 아팠다. 구슬 하나 끼고 있는 느낌이어서 편의점 대추쌍화 원샷하고 누웠다. 밤은 말을 안 해서 그러나. 또 생각만 늘었다.

 

2014115

춥다. 차는 자꾸 식고, 손발도 벌써 꽁꽁 시리다. 내가 그냥 전기장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겨울이 가까워 더 좋은 어반자카파. 따끈따끈한 노래에 마음이 녹는다. 듣고, 또 듣고, 따뜻해져야지.

 

2014116일 목요일

오늘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듣는 날. 노래가 있어서 다행인 날들이 있었고, 그 여러 날들에 달빛요정도 있었다. 고맙다.

 

20141118일 화요일

따뜻한 것 손에 쥐고 바람 맞고 싶은 밤. 나가 걸을 수는 없어서 새벽 같은 노래만 들으며 생각을 재우는 밤. 아득한 밤.

 

20141119일 수요일

마시멜로우가 밭에서 자란다던, 엉뚱한 풍경을 스쳤다. 흙밭 사이 흰 덩어리들 보면서 몰캉몰캉한 식감이라든가, 마시멜로우는 진짜 어떻게 만들까라든가, 두셋씩 포갠 모습이 눈사람 같다든가, 그러다 마시멜로우 얹은 카푸치노나 핫초코 생각도 했다. 낯선 길 위, 오래 차를 탔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 읽었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익숙하고 낯선 풍경 사이에서 마음이 여전히 낯설어서 속이 따끔따끔했다. 못난 생각에 바늘이 자라나 보았다. 차는 땅끝까지 한없이 달리면 좋겠다. 오늘만 한없이 몰캉몰캉한 생각만 해도 좋겠다. 몰캉거리다가 그냥 녹아버려도 좋겠다. 별스런 생각을 포개다가 졸기도 했다. 꿈이면 좋겠다. 생각의 끝은 그랬다.

 

20141122일 토요일

한희정 내일 (미생 OST)

고등학교 때 자판기커피 뽑아들고 학교 옥상 몰래몰래 오르던 날이 생각났다. 사범대 옥상 한귀퉁이 드러누워 해바라기하던 스물 어느 날들도 생각났다. 옥상 씬이 참 많은 이 영상 보면서. 해질 때 같이 옥상 오를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2015228일 토요일

담쟁이 닮은 작은 간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곁을 닮는 사람이 되어 작은 집, 작은 간판 하나 달고 살아도 좋겠다. 초록초록한 것들이 부쩍 좋아졌다. 봄이 오나 보다.

 

201534일 수요일

난로 끼고 앉아도 석석한 손. 석석한 발. 석석한 밤. 석석한 데 있지 말고 따뜻한 구들 와서 앉으라는 말 듣지 않고 괜한 고집 부렸던 어린 날. 괜한 날들이 참 많았지. 석석한 날들이 참 많았지.

 

2015326일 목요일

김목인의 스반홀름. 이어폰 꽂고 귀에 소리를 가득 키우면 숲속 오두막이 나왔다. 스반홀름에 콕 박혀서, 나뭇잎 잔뜩 쌓인 숲길도 자박자박 밟고, 사과도 껍질째 앙 깨물어 먹고, 자전거도 따릉거리며 타고, 이방인들의 언어를 노래삼아 들으며 요리하고 일하고. 기타도 칠 줄 모르면서 별밤에 기타 메고 노래하고 춤추고 싶었다. 노래 하나에 멀리멀리 덴마크까지 생각이 날아다녔다. 마음에 소복이 쌓아둔 노래가 약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201545일 일요일

출장 나오면 책 한 권씩 읽게 되니 길에서 보내는 긴 시간도 괜찮았다. 가방 무게도 줄일 겸 시집을 담았다. '나의 하루가 또 그늘을 짓고 말았다고 나는 어제 나에게 말했다.' 문태준 시인의 "그늘의 발달". 뒷표지에 적힌 시인의 말을 곱씹었다.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에게, 그늘이 지붕이 되어도 좋다고 나무를 베지 말라는 시인. 하루가 그늘이 되고 말아도, 그늘도 때론 괜찮을 때가 있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2015421일 화요일

비가 가고 감기가 왔다. 500번 잘못 타는 실수를 다 했다. 제대 가까이 갔다가 신제주로 도로 돌아가는 길. 볕이 반가워 차라리 잘됐다 싶다. 곳곳마다 정신도 마음도 뚝뚝 흘리고 다니는 때. 늘어져 볕 쬐고 있으면 붓고 엉긴 것들도 다 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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