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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08.2.13.

일, 월, 화, 수, 이렇게까지 목이 쉬어서 안 풀리긴 처음이다. 목소리가 안 나오고 잇몸부터 발바닥까지 온몸이 욱신거리다가 드디어 감기가 코로 올라왔다. 이렇게 온몸을 한 바퀴 돌고나면 쑥 빠져나가겠지, 그 때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월, 화 내내 몇 시간씩 수업하고 편의점에선 손님 맞을 때마다 인사하고 계산하면서 말을 잘 때 빼고 계속 하다 보니 목감기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목소리 덕분에 재미없는 내가 아이들을 웃겼다. 그래서 목이 아파도 나는 기분이 좋다.
다시 이사를 한다. 십 년 이상을 한곳에 붙박이로 살다가 집에서 나와 살기 시작한 뒤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옮겨 다닌 걸 생각하면 혹시나 나한테도 역마살이라든가 뭐 그런 거 비스무리한 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금이라도 싼 방을 찾아 다니려고 하니 아직까진 어쩔 수 없다. 여행가방 하나로 시작된 짐이 자꾸자꾸 넘쳐서 지금은 혼자서 한번에 옮기지 못할 만큼 한가득이 되어버렸다. 보지도 않는 책만 몇 꾸러미, 골치다. 욕심 부리지 말고 지내자라고 늘 생각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

아이들에게 풀이해 줄 작년 수능 문제를 몇 시간 동안 분석하고 있다보니 내가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다. 솔직히 안 풀리는 문제가 몇 개 있어서 혼자 부끄러웠다. 이제 수험생이 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차근차근 입시의 단계를 밟아가게 될 우리 아이들이 모두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이루고 원하는 학교에 가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렇게 원하는 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아픔을 겪어야 성숙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되도록이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아파해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구리왕눈이처럼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며 씩씩하게, 이것은 비단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당장 내코가 석자인 스물두 살 내게도 해당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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