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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08.3.7.

가게에서 용빈이가 준 녹차 티백을 우려 마셨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부방에 비치된 걸 용빈이 녀석이 만지작 만지작 장난치다가 준 것이지만, 알게모르게 하나씩 챙겨주는 게 눈에 보여 참 고맙다. 이렇게 아이들이 소소한 것 하나를 쌤이라고 배려해 주고, 환한 얼굴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주고, 아이들의 눈에서 이건 정말 진심이구나 확신이 드는 마음을 읽을 때 가슴이 벅차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마음 앞에서 난 여전히 설렐 것 같다.

깜박 잠이 들어서 택시를 타서 일하러 오고, 쌍으로 코피가 나고, 손톱 틈새에서 자꾸 피가 나고, 속이 쓰려서 위생천을 마셨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세 시간만 자도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주는 수면 시간이 평균 두 시간도 안 된다. 과부하 신호가 하나 둘 나타난다. 매우 피곤하다.
마음이 하루종일 요동을 친다. 이래서 난 전화하기가 겁난다. 당신과 통화하고 나면 난 항상 서러워진다. 오늘은 혼자 울어버렸다. 통화를 끝내고 밀려드는 그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정리하지 못하겠다. 감정을 정리할 수 없어서 당신에 대한 내 마음도 헤아릴 수 없다. 모르겠다. 난 늪이 보인다. 당신과 나 사이, 돌을 던지면 파문도 일지 않고 점점 깊어지는 늪. 당신과 나 사이엔 예전만큼의 격한 감정이 없음에도 이제는 그 늪을 걷어내지 못할 것 같다. 채울 수 없는 거리와 깊이가 내 눈에는 보인다.
당신은 내가 감당하는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렇게 당신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 자신이 제일 먼저 그런 생각을 품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이미 처절하게 알고 있기에 더욱 슬프다.

난 내가 감추고 있는 감정을 들킬까봐, 사람들 앞에서 불안하고, 두렵다. 그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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