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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08.4.2.

과제들은 꽤 쌓였는데 영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마음만 싱숭생숭하다. 봄, 봄이라서 그런가.
개소식 사진에 나온 아이들 여럿의 얼굴을 계속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집가고 장가가고 예쁘게 멋지게 잘 사는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청자에서 오래 지내고 담당하는 학년이 늘게 되면서 적어도 요녀석들 대학 가는 건 봐야 하는데, 싶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아이들과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시간도 헤아리게 되고.
선생님은 너희들 덕분에 웃을 일도 많아졌고 말도 많이 늘었고 표정도 밝아졌고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생각도 많아지고 보다 너그러워지고, 그렇게 얻는 게 참 많아서 언제나 참 고마워. 그리고 한편으로는 너희들에게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없어서, 이를테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왜 꿈이 있어야 하는지, 왜 삶이 소중한지 확신을 갖고 대답해 줄 수 없어서, 과연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확신하는 것들이 너희들에게도 정말 진실인 걸까 의심스러워져서, 따지고 보면 내가 살아 온 시간도 얼마 되지 않을 텐데 무슨 타당성으로 너희들에게 이게 옳은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온갖 생각들이 들어서, 너희들 앞에서 확신 있는 대답을 해 주거나 길을 가르쳐 주진 못해. 그래서 언제나 미안해. 또한 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이를테면 언제까지나 선생님은 나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갈 테고, 너희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 역시 많고, 그런 것들 때문에 너희들에게 이게 바른 거라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부끄러워서, 그렇게 못난 사람이 쌤이란 대접을 받는 것도 정말 많이 미안해.
너희들을 생각하면 말야, 학교에서 혼자 있다가도 너희들의 목소리, 모습, 함께 했던 경험들,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흐뭇해져서 웃음짓곤 하는데 그러면서도 너희들이 알고 있는 혹은 알지 못하는 너희들 자신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 내가 더 많이 지지해주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코가 시리다.
선생님이 욕심을 좀 부리자면, 너희들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나를 다듬고 빛내야겠지. 더 많은 것들을 가슴에 머리에 품을 수 있어야겠지. 언제까지나 너희들과 함께 하면서 너희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지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적어도 오늘 그리고 내일 이렇게 너희들 곁에 있는 동안은 한결같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게.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 너희들이 지금만큼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웃으면서, 씩씩하게, 서로 다독여주면서, 그렇게 지금만큼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랐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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