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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시간

잘 다독여지지 않는 날들이었다. 당신과, 당신도 그러할 것임을 안다. 속엣말이 따끔거렸다. 말들이 형태를 갖추지 못해 꺼낼 수 없었다. 말로도 침묵으로도 아플 것이었고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어서 침묵했다. 누구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로 인해 모두 아팠다.

원망하지 않았고 바라지 않았다. 나를 미워하지 마라, 문장을 계속 받았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마음이 정말 그랬나 싶었다. 미워했던가. 무엇을 바랐던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다 생각했었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침묵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 따위가 뭐라고. 무슨 자격이 있다고. 서로를 겨냥하는 말들이 사람 사이를 오갔다. 일곱 살의 나와 열 살의 나와 열여덟 살의 내가 뾰족이 찔렀다. 서른의 날들은 지워지고 위축된 어린 애가 되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일이 막막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했다. 그리고 괜찮다 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다른 문장만을 전했지만 다 변명이었다. 여전히 도망가고 싶었다. 여전히 괜찮지 않았다. 여전히 무력했다증발하고 싶었다. 하나의 문장만이 어느 모습으로 떠올랐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들은 죄책감으로 내려앉았다나의 정체성에 죄책감과 책무감이 깊이 박힌 것을 안다. 그러므로, 평생을, 스스로와, 아주 오래 갈등하고 어느 날은 화해도 하며 살겠지. 화해의 시간이 더 길기에는 아직 멀다 생각했다

쏟아지고 싶었지만 쏟아질 자격이 없으므로 붙들었다. 밖으로 부러 더 수다스러웠고 안으로 말들을 지웠다. 여전히 마음을 모르겠는 시간. 말을 잃은 시간. 무엇도 하지 못한 시간. 죄스러운 시간시간이 다시 흐를 것이다. 다독여질 것이다. 담담해질 것이다. 모두에게 아물 것이다. 지운 말 대신 덜 아픈 말들을 덮어두었다.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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