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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2009.6.28.

아이들과 즐겁게 놀기만 하다가 실무자가 된 터라 힘들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벌어지는 일들과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유난히도 감당하기에 벅찼다. 예상을 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내 예상은 정말 조금밖에 하지 않은 것이었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지혜롭게 풀어나가기에는 내 역량이 너무 부족했다. 임용고사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을 때 힘과 관련하여 들은 여러 이야기(선택에 대한 반대였다)가 떠올랐고,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으며, 무력감으로 며칠이 멀다하고 자책하고 있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수첩 뒷편에 적어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청소년 문제와 관련된 책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이 책도 그 목록의 일부였다.

일 년 인턴을 갓 마친 초임교사 에린 그루웰이 불량학생으로 낙인 찍힌 아이들만 모여있는 203호 교실을 맡는다. 문학을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매개로 하여 사고의 전환을 돕고 강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지지한다. 가정불화와 폭력과 살인과 가난과 강간과 인종차별과 마약과……, 자신과 얽힌 무수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변화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자유의 작가들'이 되어 릴레이 일기 안에 갈등과 슬픔과 기쁨과 변화와 희망을 적어 나간다.

영화 '위험한 아이들'과도 많이 닮았고,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교육영화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과 겹쳐지지만, 이 책은 변화하는 아이들 각각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희망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루웰 선생님의 방식에 대한 불신도, 동료들과 함께 변화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위선적이었음을 고백하는 내용도, 가족에 대한 증오도, 자유의 작가들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기적의 순간에 아버지의 병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만 하는 슬픔도, 폐 이식에 성공하고 밝은 미래만을 꿈꾸며 즐거워하던 한 아이의 일기가 결국은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모두 포장되지 않고 생생히 드러난다.

희망과 기적만 읽힌다면 나는 오히려 이 책을 불신했을 것 같다. 어쩌면 자유의 작가들 중 변화한 학생은 203호 교실의 수많은 학생들 전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일기는 백 개가 넘게 이어지는데 선생님의 일기는 해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네 차례 나온다. 네 편의 일기에서 그루웰 선생님은 아이들의 환경과 자신이 살아 온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을 탐탁지 않게 보며 시기하는 동료 교사들과 싸우고, 아이들이 유명 인사와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매장과 호텔에서 일하며 경비를 마련한다. 이런 열정과 역량이 내게 있을까, 아이들의 변화는 처한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었기에, 희망이 간절했기에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이 복잡했다.

지난 주 서울에서 받은 진로지원교육 때, 이틀 과정 동안 실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강사들이 강의 중간 중간마다 아이들의 변화 사례를 몇 가지 이야기했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내 옆에 앉은 분은 서울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지방의 한계를 이야기했고, 내 앞에 앉은 분은 강의 중 들은 우수 사례들은 전체 대상자들 중 한 두 명밖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고 했다.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시도하기도 전에 한계와 불확실성과 역기능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시도는 해 봐야 힘들다고 투정이라도 부릴 수 있지 않은가. 역자후기까지 다 읽고 나서야 내 태도가 몹시 부끄러웠다.

아이들 몇몇은 꿈도 꾸고 노력도 하지만 상황이 지지해주지 못하고, 아이들 몇몇은 자신이 소속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한다. 또다른 아이들은 이 곳에서 아무리 지지를 해 주어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다른 아이들 몇몇은 눈 앞의 상황만을 보고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포기해 버리며, 또다른 아이들은 삶에 대해 무기력하다. 그리고 이 곳은,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육지의 우수한 사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힘든 시기의 아이들이, 가장 힘이 없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떤 날 미울 때, 엄밀히 따지자면 나는 미안해해야 했다.

많은 반성과, 많은 노력과, 많은 좌절과, 좌절 이후의 성취와, 많은 극복과, 극복 중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극복을, 나는 이루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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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그루웰 선생님과 윌슨고 203호 교실의 '자유의 작가들', 『The Freedom Writers Diary』, 랜덤하우스

즐라타의 서문에서

-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의 성격이 아니라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말이 있다. 자유의 작가들은 그 말이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그들은 인종주의와 증오 그리고 고통에 대하여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맞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자유의 작가들처럼 인간적인 방식으로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응한다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교훈을 남길 뿐 아니라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Diary 6 '친구의 죽음'에서

-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전쟁에 희생된 아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사회가 보기에 이는 그저 뒷골목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사망 사건일 뿐이다. 달라지는 건 통계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통계치에 포함된 모든 아이의 엄마들에게 사망 사건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속에는 꺾인 꽃처럼 미처 다하지 못한 삶들이 담겨 있다. 마치 그들의 무덤 앞에 놓인 그 꽃들처럼 말이다.

그루웰 선생님의 두 번째 일기에서

- 아이들을 바로 잡으려면 나 자신이 몸을 낮추고 그들과 함께 뒹굴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들의 현실에 동참해야만 그들이 나에 대해 가진 '비벌리힐스' 이미지를 깰 수 있다. 곧 세익스피어를 공부할 텐데, 타이츠를 입고 우스꽝스런 말을 하는 이 남자가 실은 '끝내준다'는 사실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작품 속에 모든 사람이 빠질 만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몬터규가와 캐풀렛가를 고전판 갱단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이야말로 아이들이 말하는 진정한 갱스터이며, 400년 동안 말투와 인종, 구역은 엄청나게 변했지만 주제는 똑같다고 말이다.

Diary 18 '다양성을 배우다'에서

- 땅콩은 겉이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정작 같은 인간에게는 딱지를 붙여서 편견을 갖는 것은 아이러니도 부조리도 아닌 이상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이는 내가 지금까지 얻었던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모두 같은 땅콩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평화는 꿈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피부색이 심장의 색은 아니며, 그 사람의 신념이나 가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또한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땅콩이 되기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평화로운 세상을 우리 자신에게도 허락하지 않는다.

Diary 57 '자기 평가'에서

- 그루웰 선생님은 내가 선생님의 얼굴에 대고 꺼지라고 말하기 전에는 절대 날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 있기만 했다.

오늘 나는 그루웰 선생님에게서 진정으로 주체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운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실천하며, 변명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역경은 탓할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선생님의 말대로 장애물은 자신이 굴복할 때만 장애가 된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결정되듯이, 진정으로 주체적인 사람은 자신의 약한 부분을 찾아 단련한다. 앞으로 나도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Diary 67 '안네 프랑크의 친구들'에서

- 나쁜 일은 사람들이 진실을 숨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여자는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누가 그랬는지 말하지 않아서 주위 사람의 도움을 얻지 못한다. 아이는 학대를 당하면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주위 사람이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한다.

독일인들 누구나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바람에 뒤늦게서야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사람들이 제때 말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은 너무나 많다. 이제부터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Diary 99 '쉐릴 베스트 씨'에서

- "역경은 우리 모두를 전사로 만듭니다. 나는 빈민가에서 자랐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이웃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들을 수없이 보았어도 거기에 발목 잡히지 않았습니다. 빈민가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Diary 105 '가지 않은 길'에서

- 나는 두 갈래 길 앞에 선 여행자와 같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가족이 걸어간 길을 따라 바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따라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 길이 결국은 더 나은 미래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걸어가고 나면, 내 여동생들은 나만큼 두려워하지 않고도 그 길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Diary 113 '엄마의 죽음'에서

- 그루웰 선생님과 자유의 작가들은 내가 힘든 시기를 넘기도록 도와주려 했지만, 나는 그들의 도움을 거절했다. 그들이 위로할 때마다 "난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라는 말만 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왜 내가 사람들의 도움을 거부하는지, 왜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받는 것 없이 베풀지 않는다고 배워서 그런 모양이다.

이제 나는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유의 작가가 된 이후로 나는 사람들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도 많은 것을 베푼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가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 보답으로 나는 그들을 제2의 가족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Diary 445 '권력의 남용'에서

- 아버지는 그 뒤로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심한 말로 내 가슴에 상처를 입힌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그는 내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것이며, 자유의 작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악담한다. 하지만 나는 엄연히 자유의 작가이고, 자유의 작가들은 내 삶의 휴식처와 같다. 자유의 작가가 된 것과 이번 여행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다.

아버지의 악담에도 불구하고 나는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월에 대학에 들어간다. 아버지는 아마도 나의 대학 진학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 나중에 힘 있는 위치에 오르면 최선을 다해 남을 도와서 아버지가 내게 옭아맨 학대의 사슬을 끊어버릴 것이다.

Diary 137 '상으로 받은 컴퓨터'에서

- 대개 동정은 총을 맞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존 투 씨가 우리에게 준 것은 동정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에필로그에서

-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반항 심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아이들이 글을 써서 불만을 해소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글을 나눔으로써 공통점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불행하게도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유의 작가들과 같은 공동체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위험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누구도 도움을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글쓰기처럼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 총과 폭탄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