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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전연재, 집을 여행하다

 

전연재, 집을 여행하다, 리더스 (2013)


"같은 사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경험과 지식의 다름에서 오는 시각의 차이는 보다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다양성은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이고, 시간과 돈을 들여 기어이 길을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는 서로를 껴안기 위해."


"식탁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크다. 삶의 가장 근원이 되는 음식을 나누고, 각자 만들어온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배를 채우고, 영혼을 살찌운다. 또 식탁 언저리에서 낯선 이들이 가까워지고, 친숙한 이들은 오해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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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났다. 건축가가 타인의 집에서 타인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면서 삶의 지평을 넓히는 여행 이야기.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 책을 내려놓기 너무 아쉬워서 카페 두 곳을 옮겨가며 읽었다.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고 여행책을 읽는데 마음이 더 싱숭생숭했다. 빨간머리앤을, 하이디 만화를 보면서, 알퐁스도데 소설을 읽으면서, 짚으로 된 폭신폭신한 침대에서 자고 모닥불을 쬐는 떠돌이 여행을 하는 게 동경이었던 어린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이 지쳤던 날들을 거치며 까먹은 것들이 참 많았다. 소소했던 지난날 생각, 김광석과 유재하의 노래를 듣고 좋은 문장들을 눈에 담으며 느슨해지는 마음이 좋은 날이다.

사람 사이, 밥 또는 맛있는 무엇이 함께한다면 한결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아주 가끔은 정체성이 고민되기도 하지만, 밥으로 아이들과 나 사이, 관계가 돈독해졌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뻔한 레퍼토리에 인터넷레시피를 놓을 수 없는 비루한 손이지만 그래도 잘 먹어주는 아이들. 밥부터 챙기는 사람의 마음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자꾸 밥을 챙겼다.

나의 날들에, 좋은 사람들과 밥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며 결핍을 채우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으로 읽히는 식탁이라는 공간을 집의 어느 한 구석을, 오래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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