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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 거미




생각을 오래 했다.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이어서 발전할 것도 맺을 것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오래 생각하다가, 내 잘못을 생각하다가, 서러운 생각이 일었다. 아무래도 이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생각하기를 멈췄다. 


서러운 것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바라지 않으면 서러울 일도 없었다. 바람, 바라지 않음. 반의관계이지만 그 사이 촘촘히 채워진 명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바라지 않으면 맺어지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의 풍경으로 치열하게 뛰어들 수도 없는 나는, 그저 우두커니 기다리는 방법밖에 몰랐다.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멍하니 있다가, 누워있다가, 일상의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들고 감정이 인다. 평탄하게 다져진 마음으로 사는 삶과, 어떤 감정이든 맞부딪치며 오르내리는 삶 중, 어떤 삶이 좋은지를 판단하지는 못하겠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나지 않는 힘을 굳이 애쓰기보다는, 설움과 입을 맞추는 것도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당연스레 여김이 지금은 낫겠다. 바라지 않는 삶을 살지 않을 테니까. 바람은 누구에게든 당연한 것이니까. 그러니 굳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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