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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12. 개구지게 놀았던 어느 날   개구지게 놀았던 어느 날. 목걸이 선물을 처음 받았는데 그게 클립일 줄이야. 꼬꼬마는 기억이나 할까. 못 본 사이에 더 예쁜 아가씨가 된 꼬마친구 얼굴을 내일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수학여행 온 친구를 공항에 배웅하러 나간다. 같이 떡볶이 먹던 아이에게 조금은 어른스런 선물을 챙기면서 웃음도 나고 마음이 간지러웠다. 지난 시간과 사람 생각에 조금 시큰거렸다가 피식피식 웃음나는 일들이 생각나서, 또 좋았다. 열셋, 열넷. 이때..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찬비가 후두둑 후두둑 굵다. 고양이 밥을 챙기러 잠깐 사무실에 왔다. 금요일에 그릇 가득 사료를 붓고 통조림도 열어주고 퇴근했는데 하루를 건너뛰고 오니 설거지한 것처럼 그릇이 깨끗했다. 비가 오니 어제 오지 못한 일이 더 미안해졌다. 기다리는 친구들은 오지 않고 비는 더 후두둑 내린다. 고양아, 고양아. 어디서 헤매니. 밥은 먹었니. 비는 잘 피하니. 지하철역 앞에서 빗길에 비둘기 둘이 무슨 공을 차며 노나 했다. 가까..
시간 잘 다독여지지 않는 날들이었다. 당신과, 당신도 그러할 것임을 안다. 속엣말이 따끔거렸다. 말들이 형태를 갖추지 못해 꺼낼 수 없었다. 말로도 침묵으로도 아플 것이었고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어서 침묵했다. 누구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로 인해 모두 아팠다. 원망하지 않았고 바라지 않았다. 나를 미워하지 마라, 문장을 계속 받았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마음이 정말 그랬나 싶었다. 미워했던가. 무엇을 바랐던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고양아, 고양아. 길고양이 식구들을 만난 지 한 달이 찬다. 세 주가 지나는 사이 아기들이 떠나 엄마 혼자 남았다. 한 아기는 별이 되었고 두 아기는 어디서 꼭 살고 있길 하며 마음으로 염려를 누른다. 아기들이 있을 땐 꼭 곁에서 지켜보고 밥도 항상 아기들이 우선이었던 모성이, 혼자가 되니 다시 어린 고양이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아기 하나가 축 늘어졌을 때 야옹 야옹 가냘피 울던 엄마는, 이제 밥을 잘 먹고 가끔은 벌레를 잡고 놀다 혼자 깜짝 놀라기도 하고 현관이 ..
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후지 W 포토 200 운현궁에 가만가만 오래 앉은 날.2016.9.25. 운현궁골드스타 G7, Walgreen 후지 W 포토 200캐논 FD 50mm F1:1.8 렌즈
2016.9.25. 운현궁,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2016.9.25. 운현궁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캐논 FD 50mm F1:1.8 렌즈
2016.9.24. 하늘공원,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조금 휘청거린 날이었다. 안에 있으면 더 가라앉을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억새길이 좋다 좋다 했던 오래 전 기억이 나 하늘공원을 걸었다. 아직은 덜 피어난 억새와, 서로를 찍고 또 찍는 사람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 멀리서 쿵쿵 울리는 노랫소리. 지는 해. 물드는 강. 걷는 일로 중심을 조금씩 찾아간다. 아그파의 색이 부쩍 좋다. 서른의 오르내리는 날들을 찬찬히 걷고, 챙겨 담는다. 2016.9.24. 하늘공원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다시 마주하고 웃게 될까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만 원에 네 장 하는 캔버스천 에코백을 사고 수를 놓았다. 가까이서 보면 엉성한 간격에 허술하지만 듬직한 코끼리 하나 곁에 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괜찮았다.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 앉아 코끼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옛 시간들을 생각했다. 조금씩 꼬물거리는 일로 진득한 시간을 갖는다. 바스라진 마음을 주워 모은다. 흐트러진 마음을 찬찬히 가다듬는다. 앨리스의 실수로 달걀 장군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진 장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