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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2. 과제들은 꽤 쌓였는데 영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마음만 싱숭생숭하다. 봄, 봄이라서 그런가. 개소식 사진에 나온 아이들 여럿의 얼굴을 계속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집가고 장가가고 예쁘게 멋지게 잘 사는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청자에서 오래 지내고 담당하는 학년이 늘게 되면서 적어도 요녀석들 대학 가는 건 봐야 하는데, 싶은 아이들이 점점 늘어간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아이들과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시간도 헤아리게 되고...
2008.3.7. 가게에서 용빈이가 준 녹차 티백을 우려 마셨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부방에 비치된 걸 용빈이 녀석이 만지작 만지작 장난치다가 준 것이지만, 알게모르게 하나씩 챙겨주는 게 눈에 보여 참 고맙다. 이렇게 아이들이 소소한 것 하나를 쌤이라고 배려해 주고, 환한 얼굴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주고, 아이들의 눈에서 이건 정말 진심이구나 확신이 드는 마음을 읽을 때 가슴이 벅차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마음 앞에서 난 여전히 설렐 것 같다. 깜박 잠이..
2008.2.13. 일, 월, 화, 수, 이렇게까지 목이 쉬어서 안 풀리긴 처음이다. 목소리가 안 나오고 잇몸부터 발바닥까지 온몸이 욱신거리다가 드디어 감기가 코로 올라왔다. 이렇게 온몸을 한 바퀴 돌고나면 쑥 빠져나가겠지, 그 때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월, 화 내내 몇 시간씩 수업하고 편의점에선 손님 맞을 때마다 인사하고 계산하면서 말을 잘 때 빼고 계속 하다 보니 목감기가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목소리 덕분에 재미없는 내가 아이들을 웃겼다. 그래서 목이..
2008.1.11. 어제는 오랜만에 공부방 선생님들과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 작은 자리여서 마음이 편안했다. 억지 유희도 없고, 그저, 아이들 얘기, 삶 얘기, 경림 선생님께서 전망하시는 내 미래, 다른 선생님들의 삶, 그 가운데 반짝반짝 빛나는 웃음들. 선생님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 모습이 선생님들의 말에, 눈에 비춰진다.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끊임없이 타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5년, 10년 후의 내 모습, 그보다도, 한 해가 지나서..
허정허정 헤매는 날을 보내는 방법 대구역 근처였던 것 같다. 역을 조금 지나니 오래된 집들이 나왔다. 하숙집들이었는데 인부아저씨들이 사는 것 같았다. 맥아리 없이 허정허정 걸어도 낯선 곳이니 괜찮았다. 물집이 터지도록 헤맸는데 그날은 퉁퉁 부은 발마저 좋았다. 사진은 꽤 괜찮은 도구다. 오래 묵어도 그날의 질감이 살아난다. 자주 듣던 노래도, 끄적여둔 메모도 괜찮다. 끄적이는 일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이어졌다. 어떤 날은 못 견뎌서 찢거나 지우거나 버려두기도 했었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