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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며 고양이 밥을 두 그릇 챙기고 나왔는데 낮에 사무실에 들른 국장님이 밥이 다 떨어져서 사다 주었다 했다. 갈수록 먹성이 좋다. 한동안은 서서 밥을 먹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세우며 긴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살이 오른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프린터가 돌아가든 새소리로 장난을 치든 돌아보지도 않고 오래 앉아 오도독거린다. 창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무실 풍경을 가만히 보기도 한다. 잠시나마 길고양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마음을 놓..
2016.9. 서촌,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이제 진짜 가을 하늘이구나 싶어 점심 대신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 한참 앉았던 때. 종로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사직동 그 가게나 공존에서 차 마시고 들어가면 점심 시간이 딱 끝난다. 이따금 넋놓고 앉을 수 있어 아끼는 작은 골목들이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기를. 오래 오래 내 자리다, 우리 자리다 싶은 곳이 남아 있기를. 쨍한 해를 마주하고 찍으니 같은 하늘이어도 바다색. 마음이 폭 놓이는, 사직동 그 가게. 화창한 날씨인데 실내에서 찍으니 비올 것 같..
2016.8. 제천, 골드스타 G7, 아그파 비스타 플러스 200 제천에서 일하는 동안 카메라를 갖고 갔지만 사무실 앞 호돌이 사진 하나 남았다. 마음이 뭐 그리 바빴을까. 더웠고 밤을 밝혔고 붐볐던 8월이었다. 몇 안 되는 사진에 지난 여름이 아스라하다. 여덟 시,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세명대 기숙사 마당. 잔디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고라니를 잊을 수가 없다. 높은 산 숲 같은 곳곳이, 노루가 앉아놀던 제주대 잔디밭도 닮아 학교에 앉아 있으면 어린 날 생각이 많이 났다. 늘 씩씩하게 서 있는 팔팔년생 호돌이나는 토..
마음 1.일하다 졸음이 와 커피를 사러 가다가 동물병원에 들렀다. 아는 것이 없어 조심스레 물어보고 내 커피값만큼 간식을 조금 사 왔다. 아기 고양이 혼자 한 그릇을 거의 먹었다. 엄마도 오래 앉아 아기가 남긴 간식을 먹고 사료도 먹고 하품 하다 쭈욱 기지개 펴고 쉬다 갔다. 조금 살이 오른 것도 같고, 잘 먹고 눈을 마주해주는 시간도 늘어 그저 그 모습이 좋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작은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라 바라만 보아도 좋다. ..
가을 산책 2016년 9월, 하늘공원과 운현궁 산책. 가을밤 만든 토토로를 손에 쥐고 가을길을 허정허정 걸었다.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마음이 바닥에 앉았다. 아버지를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려고, 사람을 만나려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문득 마음이 다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회복되지 않은 마음으로 찾고 싶지 않았다. 우울의 때를,..
고양이 자수 사무실에 놀러오는 고양이 넷 중에 하나는 양말을 신고 다닌다. 흰 양말을 무릎까지 바짝 올려신은 것처럼 동그란 발이 앙증맞다. 어젯밤은 잠이 안 와 고양이 사진을 뒤적거리다가 끄적끄적 그려 수를 놓았다. 양말 신는 아기 고양이와 친구 하려고 브로치로 만들어 산책길에 달고 나왔다. 오늘은 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가방에 달았다 카메라에 달았다 만지작거리며 긴 길을 생각한다. 2016.9.24.
새 친구 사무실에 길고양이 친구들이 한 주째 온다. 그전부터 오갔던 걸 이제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동물을 잘 아는 국장님이 밥을 사다주었고, 사무실 식구들이 돌아가며 밥을 챙긴다. 출근할 때, 열두 시에, 서너 시쯤 새참으로, 여섯 시에, 꼬박꼬박 밥 먹으러 온다. 아가들만 조심스레 와서 먹고 가더니 어제는 엄마도 경계를 풀었는지 그릇에 얼굴 박고 폭 앉아 밥을 먹고 졸다 간다. 아가들은 놀고 나무를 타고 밥을 먹고 흙을 파고 똥도 누고 또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