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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아이들 곁, 2006~2015

2014.11.9. 수상한 일상 친구들 고기 구워주는데 선생님 드셔야 한다고 말도 예쁘게 한다. 그러면서 내미는 건 파무침 세 접시. 야근하지 말라면서 야근 스티커 붙여주고, 커피 먹지 말라면서 커피 열쇠고리 만들어 강매시킨다. 고마운데 이상하다. 팬인가 싶었더니 정체가 수상하다. 사소하고 소소한 일들 떠올리며 앉은 마음을 일으키는 날. 사람과 사람 사이 주고받은 마음이 가장 좋은 약이다. 어느날 돌아보며 곱씹을 작은 일상들. 잘 기억해야지.2014.11.9.
2014.11.1. 귀요미 흔적 선생님이 설거지 한바탕 하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주문 받은 책갈피도 만들고, 이력서도 쓰고, 기획서도 쓰고, 숙제도 하고, 물론 잘 놀기도 하고. 스스로 잘하는 친구들. 기다리고 믿으면 친구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참 많다. 무심한 척 툭 던지고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일. 잘 기다리는 어른이 되어야지. 어느 귀요미인지 예쁜 흔적 남기고 집에 갔다. 이렇게 웃으라는 말일까, 이거 보고 웃으라는 말일까. 색 바꿔가며 끄적거렸을 그 마음이 참 좋..
2014.10.30. 목소리 목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낯설게 마주하다가도 말을 하면 언제 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에 이름이 따라다니나 보다. 오늘도 전화 걸며 몇 마디를 아꼈다. 무엇으로든 기억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언젠가 목이 심각하게 쉰 적이 있었다. 국어를 가르치는데 말만 해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재밌지도 않은 내가 말만 해도 아이들이 웃으니 그저 좋았다. 신나서 말 많이 하고 그덕에 한 달을 쇳소리로 지냈다. 즐거..
2014.10.28. 청자는 열 살 캠프 때는 수줍어서 말 못했다. 열 살의 주인공은 든든하고 아꼬운 우리 졸업생들, 꼬꼬마들이고, 함께할 수 있어서 내 20대가 참 행복했고 따뜻했다고. 어느날엔가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몇 년 전 어느 날 생각이 났다. 고쓰리 친구가 건물 앞에 불량한 사람들 있다고 퇴근할 때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불량한 사람 기준은 무얼까 궁금하고, 어리지만 듬직한 마음이 예뻐서 웃음이 났었다. 함께 놀러간 이날 머리 빗으며 빠진 머리 움켜쥐고 있으니 선..
2014.10.25. 기타 등등 1.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기타 수업에 사감 노릇 하러 들어갔다가 산토끼를 배웠다. 역시 무게 잡는 선생님은 안 어울린다. 되려 같이 놀았다. C랑 G는 더는 안 까먹겠다. 같이 띵가띵가, 깡총깡총 놀아야지. 그렇게 옆에 있는 게  나답다. 2.어딘가 아파서 제주에 오고, 또 저마다의 방법으로 낫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잘 살고 있다고 응원하고픈 삶에 괜히 나도 힘을 얻고, 생각도 많아진다. 아프지 않으려 이곳을 찾는데, 이곳에..
2014.10.22. 예쁜 꿈 돌고래 키우는 사람 되겠다는 여덟 살 꼬마의 꿈이 귀엽고 예뻐서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꿈은 꿈다워야 하는데. 꿈같은 소리는 내지 못하고 오래 망설이며 앙금만 키웠다. 만지작거리고 싶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돌고래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예쁜 꿈 앞에 묵직한 마음이 부끄러웠다. 꾹꾹 눌러쓴 글씨가 예뻐서, 맑은 마음이 예뻐서, 나도 코끼리라든가 기린이라든가 좋아하는 마음 키우는 사람 되겠다고, 닮고 싶었다.2014.10.22.
2014.10.17. 허물벗기 허물벗기가 취미인가 보다. 어제는 사무실에 고이 벗어둬서 오들오들 떨고, 오늘 입은 잠바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행사장에 있으면 다행이다. 며칠 전 던져둔 잠바 입고 집에 가야겠다. 옷 찾아오려면 내일은 헐벗고 가야 하나. 머리가 낭패다. 어린 나이에 박씨전 동화를 읽고, 나도 박씨처럼 허물을 벗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참 못나게 굴고 있을 때, 박씨전은 디즈니보다도 더 멋진 판타지였다. 뱀처럼 허물 벗는 상상을 창피해질 나이까지 꽤 오래 했다...
2014.10.16. 곱씹는 밤 온몸이 춥다. 따뜻한 라면 생각이 난다.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싫지만 겨울이 가까워지는 건 좋았다. 김진규의 소설 달을 먹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꽁꽁 싸매기에도, 동여매기에도, 감추기에도 좋았다. 추운 날은 늘 그랬다.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는 일에 공을 들일 때가 있다. 진을 빼는 건지도 모르겠다. 겹겹이 쌓이면 무엇이든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어긋날 때도 많다. 응원하는 말을 곱씹으며 쓰다가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