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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손

다시 마주하고 웃게 될까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만 원에 네 장 하는 캔버스천 에코백을 사고 수를 놓았다. 가까이서 보면 엉성한 간격에 허술하지만 듬직한 코끼리 하나 곁에 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괜찮았다.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 앉아 코끼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옛 시간들을 생각했다. 조금씩 꼬물거리는 일로 진득한 시간을 갖는다. 바스라진 마음을 주워 모은다. 흐트러진 마음을 찬찬히 가다듬는다. 앨리스의 실수로 달걀 장군이 바닥에 떨어져 바스라진 장면이..
가을 산책 2016년 9월, 하늘공원과 운현궁 산책. 가을밤 만든 토토로를 손에 쥐고 가을길을 허정허정 걸었다.                                               
고양이 자수 사무실에 놀러오는 고양이 넷 중에 하나는 양말을 신고 다닌다. 흰 양말을 무릎까지 바짝 올려신은 것처럼 동그란 발이 앙증맞다. 어젯밤은 잠이 안 와 고양이 사진을 뒤적거리다가 끄적끄적 그려 수를 놓았다. 양말 신는 아기 고양이와 친구 하려고 브로치로 만들어 산책길에 달고 나왔다. 오늘은 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가방에 달았다 카메라에 달았다 만지작거리며 긴 길을 생각한다. 2016.9.24.
꽃토로 2016년 3월, 첫째 꽃토로이사 덕에 묵혀둔 자투리천들을 찾았다. 작은 친구 하나 두어보려고 장난질했다. 귀를 망쳐 뜯어냈더니 두더지가 생겼다. 꽃토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쩐지 미안해졌다.  건치를 달고, 귀를 다시 달았더니 도깨비 같아져버렸다. 이게 아닌데. 둘째 꽃토로는 귀를 몸과 한번에 잇고 꼬리를 달았다. 꽃을 입어도 어쩐지 듬직한.  2016년 4월, 셋째부터 일곱째 토토로.4월은 일 년만에 멩글엉폴장에 놀러갔다. 장난..
문장을 나누는 일, 두 번째 책갈피 묶음 제주 플리마켓에서 책갈피를 나누고 와서 서울에서도 소소하게 그리고 진득하게 이어가고 싶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고마운 문장을 손에 쥐고 기운을 얻었다. 문장의 온기가 어느 사람들 마음에도 가 닿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규매니저님 도움으로 작은 매점에 한 뼘을 얻었다. 한 뼘에 마음이 푸지게 찼다.
균형을 찾는 일 며칠 전 전통자수를 잠깐 배웠다. 패랭이꽃을 수놓으며 자련수, 이음수, 씨앗수, 사선평수, 가름수, 풀잎수, 고운 이름들을 얻었다. 롱앤숏스티치나 프렌치노트라거나, 책에서 본 이름들의 본딧말을 찾은 것 같았다. 다른 말을 써도 같은 손놀림에,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살아가는 일은 똑같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랜 사람들의 손끝을 한참 헤아렸다. 사는 일이 무얼까. 듬성듬성하게 있어도 괜찮을까. 어느 균형을 찾고 싶었는데 기우뚱 갸우뚱 하며 산다. 답..
기억 요사이 읽었던 문장들을 꾹꾹 눌러 적었다. 노란 배를 예순 개 남짓 그렸다. 노란 별을 새겼다. 내일은 길에서 세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나는 사람들 손에 쥐어주고 싶었다. 어느 갈피에 머물러 마음을 살피는 작은 종이를 만들고 싶었다. 실은 내가 자신이 없어서, 꾹꾹 눌러 적는 일로 마음을 단단히 하고 싶었다. 2016.4.16.
할머니 꿈   가디건을 하도 입어서 프랑스 할머니, 영국 할머니 별명이 붙었다. 흔들의자에서 뜨개질하는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에 울상을 지었지만 실은 뜨개질도 좋고 바느질도 좋고 태생이 할머니스럽기도 해서 별명들이 괜찮기도 했다. 생산적인 여가생활을 하면 퇴근 후 풍경이 달라질 것도 같아 지난 봄에 자수책을 샀다. 버릇처럼 일속에 일상을 살았고, 손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림책 보듯 자수책만 한 장 한 장 읽었다. 언제나 느렸듯 두 계절을 묵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