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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동화 같다지만 어느 하루는 디즈니처럼 명랑해도 좋잖아요 아리스토캣(The Aristocats) 1970년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리스토캣>은 고양이 가족의 모험영화이자 음악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뮤지컬입니다. 파리의 대저택에서 귀부인의 사랑을 담뿍 받는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우아한 엄마 고양이 더치스는, 개구진 아기 고양이 마리, 툴루즈, 베를리오즈가 품위 있는 고양이로 자라나도록 가르치며 보살핍니다. 툴루즈는 쫀득한 발바닥으로 그림을 그리고, 베를리오즈는 통통 피아노를 치고,..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찬비가 후두둑 후두둑 굵다. 고양이 밥을 챙기러 잠깐 사무실에 왔다. 금요일에 그릇 가득 사료를 붓고 통조림도 열어주고 퇴근했는데 하루를 건너뛰고 오니 설거지한 것처럼 그릇이 깨끗했다. 비가 오니 어제 오지 못한 일이 더 미안해졌다. 기다리는 친구들은 오지 않고 비는 더 후두둑 내린다. 고양아, 고양아. 어디서 헤매니. 밥은 먹었니. 비는 잘 피하니. 지하철역 앞에서 빗길에 비둘기 둘이 무슨 공을 차며 노나 했다. 가까..
시간 잘 다독여지지 않는 날들이었다. 당신과, 당신도 그러할 것임을 안다. 속엣말이 따끔거렸다. 말들이 형태를 갖추지 못해 꺼낼 수 없었다. 말로도 침묵으로도 아플 것이었고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어서 침묵했다. 누구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로 인해 모두 아팠다. 원망하지 않았고 바라지 않았다. 나를 미워하지 마라, 문장을 계속 받았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마음이 정말 그랬나 싶었다. 미워했던가. 무엇을 바랐던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고양아, 고양아. 길고양이 식구들을 만난 지 한 달이 찬다. 세 주가 지나는 사이 아기들이 떠나 엄마 혼자 남았다. 한 아기는 별이 되었고 두 아기는 어디서 꼭 살고 있길 하며 마음으로 염려를 누른다. 아기들이 있을 땐 꼭 곁에서 지켜보고 밥도 항상 아기들이 우선이었던 모성이, 혼자가 되니 다시 어린 고양이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아기 하나가 축 늘어졌을 때 야옹 야옹 가냘피 울던 엄마는, 이제 밥을 잘 먹고 가끔은 벌레를 잡고 놀다 혼자 깜짝 놀라기도 하고 현관이 ..
관찰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며 고양이 밥을 두 그릇 챙기고 나왔는데 낮에 사무실에 들른 국장님이 밥이 다 떨어져서 사다 주었다 했다. 갈수록 먹성이 좋다. 한동안은 서서 밥을 먹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세우며 긴장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살이 오른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프린터가 돌아가든 새소리로 장난을 치든 돌아보지도 않고 오래 앉아 오도독거린다. 창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사무실 풍경을 가만히 보기도 한다. 잠시나마 길고양이들에게 그리고 내게도 마음을 놓..
마음 1.일하다 졸음이 와 커피를 사러 가다가 동물병원에 들렀다. 아는 것이 없어 조심스레 물어보고 내 커피값만큼 간식을 조금 사 왔다. 아기 고양이 혼자 한 그릇을 거의 먹었다. 엄마도 오래 앉아 아기가 남긴 간식을 먹고 사료도 먹고 하품 하다 쭈욱 기지개 펴고 쉬다 갔다. 조금 살이 오른 것도 같고, 잘 먹고 눈을 마주해주는 시간도 늘어 그저 그 모습이 좋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작은 생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이 참 오랜만이라 바라만 보아도 좋다. ..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운현궁에 오랜 시간을 앉았다. 발길이 적은 뒤쪽 한곳에 오래 앉아 흐드러지게 열린 감을 보고 단청을 하지 않은 서까래를 보고 혼자 놓인 작은 아기 꽃신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일곱 시가 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조용히, 가만히, 납작히, 오래 앉았다.마음이 바닥에 앉았다. 아버지를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려고, 사람을 만나려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문득 마음이 다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회복되지 않은 마음으로 찾고 싶지 않았다. 우울의 때를,..
새 친구 사무실에 길고양이 친구들이 한 주째 온다. 그전부터 오갔던 걸 이제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동물을 잘 아는 국장님이 밥을 사다주었고, 사무실 식구들이 돌아가며 밥을 챙긴다. 출근할 때, 열두 시에, 서너 시쯤 새참으로, 여섯 시에, 꼬박꼬박 밥 먹으러 온다. 아가들만 조심스레 와서 먹고 가더니 어제는 엄마도 경계를 풀었는지 그릇에 얼굴 박고 폭 앉아 밥을 먹고 졸다 간다. 아가들은 놀고 나무를 타고 밥을 먹고 흙을 파고 똥도 누고 또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