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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하루

퇴근길 커피 대신 초코에몽 한 잔 하라는 나횽이 말이 생각나서, 착하게 우유 손에 쥐고 집에 가는 길. 말로만 말고 진짜로 착한 어른이가 되어야 하는데. 접속어 뒤를 잇는 생각들을 꼴깍꼴깍 삼키는 길. 다들 잘 있지. 몸도 마음도 튼튼하지. 그렇지.2015.5.6.
옆자리에 아주머니께서 앉으셨다. 제주 볼일 본다고 공항에 발만 딛고 간다고 했다. 창밖에 보이는 비행기 세 대 다 나오게 사진찍어 달라고 하셔서 도와드렸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한참 말씀하셨다. 누군가에겐 설레거나 그립거나 떠나는 마음이 아쉬울 제주도. 하늘은 맑고 비행기는 낮게 날아 다도해가 훤히 보였다. 떠나는 사람과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이 오갔다. 섬에 살아도 섬이 그리웠다.2015.3.24.
빅이슈에서 우편봉사를 했다. 잡지 포장이 이제는 거뜬해서 내 적성은 우체국일까 별스런 생각을 했다. 정책세미나 듣고 나는 사회복지사일까 교사일까 활동가일까 생각을 했다. 봄인데 낙엽이 자박자박 밟히는 낙산길을 걸었다. 가을 같은 길을 걸으며 어긋난 일들 생각을 했다. 허기져서 들어간 식당은 이름은 국보칼국수인데 조선족 이모가 끓여준 칼국수 먹으며 중국노래를 들었다. 칼국수 씹으며 나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나 했다. 무얼 하면 생각이 잦아들까 싶었..
설움과 입을 맞추는 것 김수영의 시, 거미생각을 오래 했다.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이어서 발전할 것도 맺을 것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를 오래 생각하다가, 내 잘못을 생각하다가, 서러운 생각이 일었다. 아무래도 이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생각하기를 멈췄다. 서러운 것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바라지 않으면 서러울 일도 없었다. 바람, 바라지 않음. 반의관계이지만 그 사이 촘촘히 채워진 명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바라지 않으면 맺어지는 단순한..
이병률, 찬란 호흡을 가다듬는 시가 있다. 마음을 다독이는 시가 있다. 한 구절 한 단어, 마디마디 담긴 의미가 명료하게 해석되진 않아도, 행간에 자간에 마음으로 전해오는 미묘한 떨림이 마냥 좋은 시들이 있어 이따금 시를 찾는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를 내려두고 싶은 순간들이 자주 생긴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결국, 생각이라지만. 넋놓고 풍경을 보듯 정서의 풍경에 빠져 몇 번이고 곱씹는 시행의 울림에 위안받고 싶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시..
전연재, 집을 여행하다   전연재, 집을 여행하다, 리더스 (2013)"같은 사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경험과 지식의 다름에서 오는 시각의 차이는 보다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다양성은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이고, 시간과 돈을 들여 기어이 길을 떠나는 이유일 것이다.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 그래서 지..
허정허정 헤매는 날을 보내는 방법 대구역 근처였던 것 같다. 역을 조금 지나니 오래된 집들이 나왔다. 하숙집들이었는데 인부아저씨들이 사는 것 같았다. 맥아리 없이 허정허정 걸어도 낯선 곳이니 괜찮았다. 물집이 터지도록 헤맸는데 그날은 퉁퉁 부은 발마저 좋았다. 사진은 꽤 괜찮은 도구다. 오래 묵어도 그날의 질감이 살아난다. 자주 듣던 노래도, 끄적여둔 메모도 괜찮다. 끄적이는 일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이어졌다. 어떤 날은 못 견뎌서 찢거나 지우거나 버려두기도 했었다. 지..